[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엔터리지'로 대비해야

입력 2018-02-21 18:29  

"기업이 위탁해 필요 인재 키우는
수요자 중심 입사제도 정착돼야
진정한 교육개혁 성공할 수 있어"

정병국 <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



3억900만원. 자녀 한 명을 대학 졸업시키기까지 필요한 비용이다. 자녀가 둘이라면 6억1800만원이 필요하다. 4억7800만원. 은퇴 후 부부가 30년을 사는 데 필요한 노후자금이다. 자녀 두 명을 대학 공부시키고 부부의 노후자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0억9600만원이 필요하다.

국가 총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는 지금, 이를 부담할 수 있는 가정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부모는 내일의 노후자금을 포기하고 자녀교육이라는 오늘의 투자에 집중한다.

이 투자가 성공하려면 3억원이 넘는 양육·교육비를 투자받은 자녀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부모 부양비를 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으며,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22.7%다.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투입된 자녀교육은 결국 취업 실패로 이어지고, 취직도 꿈도 결혼도 포기한 ‘N포 세대’를 양산한다.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문제와 노인빈곤 문제까지 만성적 악순환을 야기해 사회적 양극화를 고착시킨다.

이 국가적 재앙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문제는 교육이다. 지금의 학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생’들을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건물’에 가둬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건 발전한 사회는 수요자인 산업이 교육을 선도했지 공급자인 교육이 산업을 선도한 적은 없다. 2014~2024년 경제·경영 분야에서 12만여 명이 초과 공급되는 데 비해, 기계·금속·전기·전자 등의 분야에선 15만여 명이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신입사원을 실제 업무에 투입시키기까지 드는 평균 교육·훈련 비용이 18개월간 6000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학과 기업,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불일치)가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엔터리지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한다. 엔터리지(enterllege)란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와 칼리지(college)의 합성어로 ‘산학협력’을 넘어 ‘산학일체’의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의미한다. 엔터리지는 대학이 배출한 학생을 기업이 선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업무역량에 필요한 교육과정, 교육기간, 교수 등을 대학에 위탁해 자신에게 맞는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선발할 수 있고 학생들은 실무에 필요한 교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이룰 수 있다. 또 교육비용은 기업이 부담해 교육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및 기업의 직원 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구상은 당장 공공기관부터 시작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고졸자를 대상으로 엔터리지 시스템을 통해 교육과 채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대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장학기금 등 기존 교육체제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중소기업에 투자해 중소기업을 위한 엔터리지 시스템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교육을 이런 체제로 운영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순수학문 분야에 대한 교육과 연구기능은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미래 산업과 수요자인 기업의 요구에 맞춰 파격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모두가 주장하지만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개혁이 교육개혁이다. 개혁의 대상과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뜯어고쳐 봐야 사교육 시장만 더 키울 뿐이다.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입사제도’ 다. 입사제도가 바뀌어야 대학교육이 바뀌고,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입시제도와 교육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엔터리지 시스템은 수요자 중심의 ‘입사제도 변화’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입시제도 변화’를 이끌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정병국 <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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